새가 날아갔어, 새가 날아간 거라구.
모든 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휑하니 그냥 그 자리를 뜬 거라구.
먼지로 지은 집 따윈 까짓거 그냥 내줘도 된다고 믿었던 거야.
공들여 지은 집 따윈 누가 와서 대신 살아도 된다고 믿었던 거야.
먼지로 지은 집일지라도 먼지밖에 없을 텐데, 어디 갔다 돌아와도 기다리는 게
먼지밖에 없었을 터인데 뭐 하려고 집을 지키려고 애를 쓰겠어.
연기가 되고 싶었던 거야.
자신이 연기인 줄도 모르면서 연기 흉내를 내려고 힘차게 날아올랐고
덕분에 돌아올 곳이 없어진 거야.
흩어지려고 작정했으니 그깟 되돌아오는 일이 뭐 대수였겠어..
먹이를 먹어본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했을 때
먹이를 먹겠다고 지상에 내려 몸을 쉬는 게 아니라 더 나는 일만 했던 거야.
나는 일은 그의 전부였고 안간힘이었고
해서는 안 될 말을 끝끝내 하지 않는 인내 같은 것이었지.
섬뜩한 비행이었어.
죽기로 작정한 것일까. 살기로 작정했다면 저리 날 수 있을까.
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가 날아가는 방향을 걱정했어.
도대체 무엇 때문인가. 저, 간절한 비행이라니!
하지만 꼭 이유가 있어야 했을까.
이유가 있더라도 세상은 그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.
어느 한순간 새는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어.
새는 떨어지면서 세상 단 하나뿐인 유혹만을 생각했어. 마지막이었으니까.
마지막인데 마지막 이후의 것을 생각하지 않을 존재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.
이 발작적이며 동물적인 유랑을 마치고 나서
발작적이며 동물적인 유랑과 상관없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.
새는 하강하면서 비명도 없었고 얼마 되지도 않아 뻣뻣해졌어.
그렇게 된 새 주변으로 한순간 큰 불길이 일어났다고 사람들은 수군거렸어.
내가 날아갔어. 내가 날아간 거라구.
- 2010/11/07 11:4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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